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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피해자 만든 '조세법률주의' 딜레마
임명규 기자 l

입력시간 | 2017-05-23 08:01

[특별기고]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

최근 대법원에서 과세관청의 과세에 대해 파기환송 취지로 납세자 승소판결을 내린 '수원교차로' 사건은 조세법률주의의 한계를 보여준 여러모로 생각할 여지가 많은 사례다.
 
'수원교차로' 주식 증여세 과세처분은 2003년 장학재단 설립을 위해 180억원 상당의 '수원교차로' 주식을 기부했다가 과세관청으로부터 140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부과 받은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장학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에 특정 회사의 주식을 5% 이상을 증여할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숙지하지 못한 증여자가 장학재단에 수원교차로 주식의 90%를 증여한 결과 주식의 85%(90%-5%)를 증여가액으로 하는 증여세가 장학재단과 연대납세의무가 있는 증여자에게 부과된 것에 있다. 
  
당초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5%를 초과하는 주식을 공익법인에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은 이를 이용한 부의 편법 증여나 상속을 막기 위한 것이다. 공익법인을 이용해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면서 상속증여세만 면제 받는 사례가 종종 발생해 이를 막기 위해 오래 전에 도입된 제도다. 제도 자체는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이번 사건처럼 관련 제도를 숙지하지 못한 선의의 납세자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이 떠안아야 한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수원교차로 주식 증여에 과세한 이 사건의 딜레마는 그 누구도 비난 받을 만한 잘못이나 오류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세관청은 법률을 성실히 집행한 결과 ‘수원교차로’ 주식을 초과증여한 부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했다. 규정을 만든 기획재정부나 국회는 부의 편법적인 증여를 막기 위해 일정 비율이상의 주식을 공익단체에 증여하는 경우에 증여세를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주식을 증여한 납세자는 비록 규정을 숙지하지는 못했지만 남을 돕겠다는 취지로 시행한 주식의 증여가 자신에게 다시 증여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까지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어느 일방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조세법률주의가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한계를 웅변해 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가 규정에 따라 적정하게 법을 적용했는데 전체적으로 부적절한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때와 상황에 따라서는 과세관청의 지나친 권한행사를 방지하고 공정한 과세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원칙인 조세법률주의도 불공정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세법규정에 의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아무리 규정을 정치하고 세밀하게 만든다고 해도 법 규정 자체가 개별적인 사안을 모두 고려할 수 없는 이상 어떤 경우에는 예기치 않은 손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일에서는 합헌적인 조세법률의 적용으로 인한 과세처분이 위헌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 처분을 면제하는 내용의 형평면제처분(Billigkeitserlass)제도를 국세기본법에 두어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형평면제처분제도는 입법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조세법 체계상의 공백을 과세관청이 법적용 단계에서부터 고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들의 신뢰를 형성하고 잘못된 제도를 조기에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적 기능을 하는 제도로 평가되고 있다. 
  
갈수록 사회가 복잡해지고 투명해지는 우리나라도 이런 형평면제처분제도를 두어 조세법률주의의 한계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조세법령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발생한 불형평한 과세처분을 ‘어쩔 수 없다’거나 ‘법령 개정 전까진 과세할 수밖에 없다’고 하기에는 경제사회의 구조가 너무 복잡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수원교차로’ 주식 사건을 계기로 조세법률주의를 한 차원 발전시키기 위한 담론이 활발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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