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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검은 칼` 세무조사
이상원 기자 l

입력시간 | 2016-12-21 08:00

[커버스토리]기업 잡는 정치권력의 만능무기
정치권력이 세무조사 행정력 제 것처럼 생각
정권 돈줄 댄 기업들 다음 정권에서 칼 맞아

# 이 기사는 2016년 12월 21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회사 넘겨라. 안그러면 세무조사 때리겠다."
 

세무조사의 망령은 아직 살아 있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권력이 세무조사의 칼을 사유화하려한 움직임도 확인됐다. 공정한 납세의무 이행을 위한 세무조사 행정이 권력의 사익을 위해 사용된 것이다.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차은택씨는 옛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 지분을 요구하며 회사와 광고주를 상대로 세무조사 협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전국승마대회에서 받은 점수에 이의를 제기한 다른 선수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는 압박용 세무조사가 진행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권력이 세무조사를 사유화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해 정당한 세무조사까지 무마하려는 약삭빠른 기업도 나타났다. 부영그룹은 비선실세인 최씨 등이 설립한 K스포츠재단에서 추가적인 모금요청이 오자 진행중이던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청탁이 됐지만 이로 인해 세무조사에 대한 공정성 시비는 더 커졌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 朴정부 정치적 세무조사 의혹들

최순실씨 등의 세무조사 협박은 사실 사기에 더 가깝다. 실제 이들이 세무조사를 곧장 실시 할 수 있는 강제력이 있는지, 이들이 지시하면 국세청 세무조사 실무자들이 바로 움직일 수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이 실제 힘을 행사했을 개연성이 있는 세무조사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특별세무조사(심층세무조사)만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동원된 세무조사들이다. CJ그룹과 롯데그룹, 효성, 포스코, KT&G 등은 박근혜 정부에서 조사4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조사4국은 탈세 혐의가 있는 범칙세무조사뿐만 아니라 국세청장과 지방청장이 지시하는 하명조사를 하는 조직이다.

CJ와 롯데, 효성, 포스코 등은 이명박 정부의 수혜를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기업들로 여권 내에서 친박(박근혜) 진영이 친이(이명박) 진영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위해 조사를 추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더욱이 CJ와 롯데, 포스코 등은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에 밉보인 전력까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만 두차례의 조사4국 세무조사를 받은 카카오의 경우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짙다. 포털사이트 메인 창에 정권에 부정적인 여론의 노출이 많았던 다음카카오는 세월호 사건 직후인 2014년 5월에 세무조사를 받은데 이어 메르스발병 직후인 2015년 6월에도 세무조사를 받았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사이에 2번의 세무조사를 받은 흔치 않은 사례인데 두차례 모두 서울청 조사4국이 투입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강석구 경제조사팀장은 "세무조사는 정치적인 영향보다는 법에서 정한 원칙대로 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동안 그런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며 "제도적으로는 조사대상을 선정하거나 할 때 과세관청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 돌고 도는 역대정권 세무사찰

 

돌이켜보면 세무조사는 늘 정치권력과 함께 했다. 권력에 반하는 기업에는 소위 손보기식 세무조사가 실시됐고 또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권에 자금을 대던 기업들에 대한 군기잡기 차원에서 해당 기업들에 세무조사가 몰아쳤다. 1980년대 군부정권에 밉보여 공중분해된 명성그룹, 국제그룹의 사례까지 올라가지 않더라도 사례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1년 현대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대표적인 길들이기식 세무조사였다. 당시 경부고속철 사업에 반대하는 등 미운털이 박혔던 정주영 회장이 대선에 나설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현대그룹을 길들이기 위한 전방위적인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당시 추징된 세금만 1360억원을 넘었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 김영삼 대선후보 지원을 거부했던 포항제철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도높게 시작됐고 당시 포항제철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박태준 회장은 특가법 위반 및 횡령혐의로 검찰수사까지 받았다. 포항제철은 공기업의 족쇄를 풀고 포스코로 이름을 바꾼 뒤에도 사장 인선 문제 등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세무조사 폭풍을 맞았다. 


▲ 그래픽 : 변혜준 기자/jjun009@


김대중 정부 들어서는 
김영삼 정부시절 국세청을 동원해 벌어진 거액의 대선자금 모금사건이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여당인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회창 후보측이 임채주 전 국세청장 등과 공모해서 세무조사 무마 등을 미끼로 기업을 압박해 166억원이 넘는 대선자금을 불법으로 모금한 사건이다. 국세청은 물론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까지 동원돼 세풍(稅風) 또는 안풍(安風)으로도 불린다.

김대중 정부 역시 세무조사 권력화의 후폭풍을 맞았다. 김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미스터피자 등 6개 업체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청탁 대가 등으로 8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도 대통령 측근들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엮여 검찰수사를 피하지 못했다. 노 대통령의 정치후원 기업인 태광실업이 이명박 정부로 정권교체가 된 직후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가 확산됐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로비 대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과 이상득 의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지목됐지만 수사의 타깃은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라 이미 죽은 권력이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를 비롯해 조카사위, 심지어 권양숙 여사까지 수사대상에 올랐고 세무조사의 후폭풍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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