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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자료, 다 내줘야 하나요?"
방글아 기자 l

입력시간 | 2016-10-27 16:39

"정당한 절차 안 갖췄다면 세무조사 거부해도 돼"
세무조사 선진화 심포지엄 토론자들의 조언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전화로 세무조사 대상 선정 사실을 통보하면서 자료를 요구한다면 납세자는 자료를 다 내줘야 할까.

대부분의 납세자는 황급히 자료를 준비하며 세무조사 대응에 나서겠지만, 절차를 갖추지 않은 무리한 조사라면 요구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법조계의 조언이다.

강석규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는 26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주최한 '세무조사 선진화 심포지엄'에서 "납세자가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해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집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고 설명했다. 

▲ 26일 오후 서울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2016 세무조사 선진화를 위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방글아 기자 gb14@

세무조사는 크게 ▲사전통지 ▲세무조사 ▲결과통지 등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여기서 흔히 쓰이는 것은 결과통지 후 불복 즉 '사후 불복'이다. 높은 가산세를 부과받을 것을 우려해 우선 과세관청이 고지한대로 세금을 납부한 뒤 소송을 통해 되찾아 오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전 불복'을 시도하는 납세자도 늘고 있다. 세무조사가 이뤄지기 전 절차적 정당성을 사유로 이를 갖추지 않는 과세관청을 통제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 같은 사전 불복 소송에 나서는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대법원 판례가 늘고 있다.

세무공무원이 특정 세목을 부분조사한 뒤 이후 다시 조사를 하는 것은 국세기본법상 금지되는 재조사에 해당돼 위법하다는 지난해 판결이 대표적이다. 또한 납세자가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될 사유가 없음에도 과세관청이 대상자로 선정해 과세자료를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적법한 절차를 어긴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올해 최신 판례도 있다.

그렇다면 사전 불복은 어떻게 하는 걸까.

강석규 부장판사는 "과세관청의 사전통지를 세무조사 처분으로 보고 법원에 이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달이 걸리는 소송과 달리 집행정지는 신청으로부터 1~2일 내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며 "집행정지를 통해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진행할 수 없게 막아둔 다음 세무조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다투는 본안 소송을 진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세무조사가 '임의조사'라는 데 그 법적 배경이 있다. 이와 반대되는 것은 탈세 혐의자에 대해 이뤄지는 강제성을 띤 범칙조사다.

세무조사가 임의조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당했을 때 적법하게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시사한다.조사를 거부하더라도 형법이 아닌 행정법상 처벌받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대개는 과태료 처분으로 일단락된다.

강 부장판사는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위해 납세자의 동의 없이 서류를 가져갈 수는 없다"면서 "세무조사 절차를 규정한 국내법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요건에 맞춰 상당히 선진화된 수준으로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진화된 규정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만 하더라도 납세자의 권익이 대폭 향상될 수 있다"며 "세무조사에 다 협조해놓고 나중에 불만을 토할 게 아니라 권리 의식을 가지고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그간 '국고주의'적 관점에서 집행해 온 세무조사를 점차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호섭 기획재정부 조세법령운용과장은 "국세청에 대한 이의신청 결정기간을 당초 30일에서 60일으로 늘리는 법안이 올해 국회에 제출됐다"며 "정부가 주관하는 조세범칙 조사위원회에도 민간위원의 풀을 늘려 폭 넓은 의견을 받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원 국세청 사무관 또한 "기재부 세제실과 긴밀하게 협력해 개선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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