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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100% 믿지 마라
임명규 기자 l

입력시간 | 2015-12-28 16:48

3년전 대출이자 상환액 공제 잘못..가산세까지 추징
다주택자도 공제자료 제공..근로자 스스로 검증해야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은퇴한 A씨는 지난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통지서를 받았다. 3년 전의 연말정산이 잘못됐으니, 소득세를 더 내라는 것이었다. A씨는 3년간 세금을 제대로 신고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산세까지 물었다.

 

그가 세금을 추징 당한 이유는 주택담보대출(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상환액을 공제받는 대상자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당시 2주택자였던 A씨는 1주택자에게만 적용되는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었다.

 

A씨도 할 말이 있었다. 국세청이 제공하는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의 자료 그대로 믿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만약 국세청이 2주택자인 A씨에게 애초부터 장기주택저당차입금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소득세 신고를 제대로 했을 것이고 가산세 역시 낼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억울함을 호소하던 A씨는 지난해 12월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렸다.

 

 

◇ 국세청이 걸러주면 되잖아

 

A씨는 2012년 6월에 직장을 퇴사한 상태였다. 은퇴 후 소득도 없는 A씨에게 2014년 갑작스런 국세청의 세금통지서와 가산세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문제가 된 부분은 2010년과 2011년 연말정산이었는데, 당시 A씨는 2주택자로서 장기주택저장차입금 소득공제를 받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A씨가 굳이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소득공제를 신청한 이유는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때문이었다. 자료를 뽑아보니 1년간 납부했던 이자상환액이 고스란히 나왔고, 당연히 A씨는 소득공제를 받는 줄 알았다.

 

세법에는 1주택자만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있지만, A씨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애초에 소득공제 요건이 아니라면, 국세청이 자료도 올려놓지 않는 줄 알았던 것이다.

 

▲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소득공제 자료(출처: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 미개한 시스템이 납세자 책임?

 

당시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는 1주택자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인 직장인에게도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상환액 자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세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직장인이라면 A씨와 같이 소득세와 가산세를 물 수도 있는 것이다. A씨는 "국세청의 시스템이 미개해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을 탈세 의도가 없는 선의의 납세자에게 전적으로 부담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가산세에도 납세자에게 불리한 부분이 있다. 만약 국세청이 A씨의 연말정산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이듬해에 즉시 알려줬다면,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고 가산세도 낼 필요가 없었다. 국세청이 시스템 개발을 통해 다주택자에게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 상환액 공제 자료만 제출하지 않게 해줘도 납세자들의 탈세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A씨는 "3년 후에야 잘못을 발견한 과세행정의 태만을 납세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며 "정부가 세법에 무지한 납세자들의 선의의 탈세를 그대로 방치하고, 사후에 고액의 가산세로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결국 본인이 직접 검증해야

 

비록 A씨처럼 억울한 납세자들이 간혹 생기고 있지만, 국세청의 입장은 확고하다. 연말정산 신고가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납세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유사한 연말정산 분쟁에서도 모두 국세청 승리로 끝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련기사☞ [Inside story] 연말정산 乙의 비애

 

국세청은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 자료는 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의료기관과 금융기관에서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세관청이 자료의 적합성을 검증할 의무도 없고, 공적인 견해표명으로도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가산세 부과도 납세자 입장에선 더 빨리 처분했다면 좋았겠지만, 딱히 국세청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조세심판원도 국세청의 논리를 존중하고 있다. 소득세는 납세자가 직접 신고 납부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도 본인이 직접 검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심판원은 "가산세는 납세자가 세법에 규정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부과하는 행정적 제재로 납세자의 고의나 과실은 고려되지 않는다"며 A씨의 심판청구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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