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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황정훈 조세심판원장 "다퉈볼 만하면 오라…컨설팅 해주겠다"

  • 2024.05.24(금) 07:00

<택스워치 재창간 특집 인터뷰>

억울한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느꼈을 때 찾아가게 되는 곳. 바로 조세심판원이다. 개인이나 기업들은 과세당국의 잘못된 과세를 바로 잡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그런데, 조세심판원이 요즘 납세자들 사이에 긍정적인 입소문을 타고 있다. 최근 납세자 권리구제의 '활동 지표'로 여겨지는 인용률(납세자 승소율)이 오르면서, 구제받는 납세자의 수가 많아진 모습이다. 조세 분쟁을 빠르게 끝낸 부분도 눈에 띈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사건처리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직·간접적인 납세협력비용의 부담도 덜어지는 효과가 있다. 

조세심판원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를 이끌고 있는 황정훈 조세심판원장(사진)은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기록한 '역대급' 권리구제 실적을 강조했다. 황 원장은 "작년 처리 대상 사건이 2만건을 넘었고, 이 중 82%를 처리했다"며 "최근 10년간 최고이며, 20년간 따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훈 조세심판원장은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택스워치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세무대리인이 없더라도 다투어볼만한 사안은 소명하고, 주장이 부족하면 우리가 보완을 시킨다"고 밝혔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지난해에는 종합부동산세가 위헌이라며 불복을 제기한 납세자 수도 많았다. 관련 사건은 약 3700여건.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사안이기에 모두 기각 처리됐는데, 이를 한 건으로 친다면 전체 사건의 인용률은 28%까지 올라간다. 같은 조건으로 2022년 인용률은 24.4% 수준이다. 

국세기본법에서 규정한 법정처리기한(90일)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점은 그간 심판원의 묵은 숙제였다. 2022년만 하더라도 90일 내 처리율은 5.7%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무려 50.3%까지 치솟았다. 황 원장은 이를 두고 앞으로도 깨기 힘든 실적이라고 했다. 

세무대리인이 없어도, (심판청구서 작성)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납세자와 세무대리인 사이에서는 이런 말도 떠돌았다. 심판청구를 제기한 납세자들은 심판청구서를 짧게 쓰라고. 장황한 문장을 구구절절이 나열하는 것보다 적은 분량이라도 압축해서 작성하는 게 심판 결정에 유리하다는 소문이었다. 

이에 대해 황 원장은 "짧아야 좋고, 길면 안 본다는 건 정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조한 건 '심판원의 컨설팅 서비스'다. 그는 "일단 다투어 볼 만한 사안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면서 "세무대리인을 쓸 여력이 없는 영세납세자는 청구서에 주장만 쓰는 경우가 많은데, 직원들이 증빙서류를 넣어달라고 요청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세무대리인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리란 얘기다. 

황정훈 원장은 조세심판관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심판원 내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 과세관청의 세금부과 처분을 취소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만큼, 조세심판의 공정성과 심판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심판원에서는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세심판관의 역량과 자격기준을 강화했다. 능력 있는 전문가가 심판관으로 계속 봉사할 수 있도록, 비상임조세심판관의 2회 중임제한 규정을 합리화함으로써 2회 임기만료 후에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위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임기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직무태만·품위손상 등 조세심판관으로 적합하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경우, 해촉이 가능하게 해 심판의 공정성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심판관의 질적 개선을 도모했다.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채용·교육·인사 등 전과정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체 130여명 직원의 구성에 있어서 조세관련 전문자격보유자를 최대한 확대해 변호사·회계사·세무사·관세사 등이 조사관련 핵심인력 100여명 중 5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인터넷강의를 수강하거나 전문서적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전부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심판청구가 기각된 사건의 후속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판결한 내용을 연구·분석해 직원들이 심판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실 내에 연구·분석을 담당하는 인력을 충원했다. 

- 최근 조세불복이 늘어나면서 조세심판원의 업무가 과중해질 우려가 있다. 대응방안이 있다면 

조세불복 증가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방안으로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시급한 해결 과제이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충분한 인력을 확충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조세심판원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임기제 공무원 임용 및 전부처 공모 등을 통해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국세청 등 관련 부처와 민간으로부터 우수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또 사무관 승진이 임박한 주무관을 심판부에 배치해서 사건조사를 담당하게 하는 등 사건처리 역량을 강화해 사건처리에 지연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력 운용을 최대한 탄력적으로 하고 있다. 

한편 납세자 방어권을 보장하는 범위에서 '표준처리절차'의 폐지 등을 통해 심판절차를 간소화했고, 세목별 조정담당제 및 조정담당자의 직급상향 등을 통해 사건처리절차와 인력 운용을 효율화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낮추고 있다. 먼저 심도 있는 사건심리를 위해 도입됐으나 과세관청의 답변서 지연제출 등으로 신속한 사건처리에 저해 요인이 되어왔던 표준처리절차를 2022년 하반기부터 폐지했다. 

그리고 심판부의 의결내용이 판례나 선결정례에 배치되는지 여부 등을 검토하는 조정업무담당자의 직급을 높여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고, 조정업무의 결재단계를 축소해 신속하고 독립적인 조정 검토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또, 노동분업화의 원리에 입각해 조정팀내 세목별 담당관제를 시행함으로써 해당 세목에 대한 조정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 소액 심판청구 사건은 세법적인 측면 이외에도 어떤 부분을 고려해서 결정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조세심판은 공정한 결정을 해야 하는 준사법적 절차라서, 청구세액이 소액이거나 청구인이 영세하다는 이유로 청구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심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로 소액사건의 당사자인 영세납세자의 경우는 세법 지식이 부족하고, 대리인을 선임해 방어권을 행사하기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므로 자기주장을 충분히 펼치기 어렵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심판관이나 조사담당자들이 세심히 청구주장을 살펴서 증거조사나 심판관회의 등을 진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심판청구할 당시 주장하지 않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어 인용되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대리인이 없는 청구인이 자신이 실제 지급한 공사비용을 과세관청에서 부인한 데 대해, 사건조사과정에서 공사를 시공한 건설사 대표가 매출을 누락하고자 처제 등 특수관계인의 계좌로 대금을 입금받은 사실을 확인해 인용한 것도 있었다. 또 원청업체의 대표자로부터 명의를 도용당한 청구인의 금융거래내역을 조사담당자가 확인해서 해당계좌가 원청업체 대표의 차명계좌인 사실을 확인해 청구를 인용한 사례도 있었다.

황정훈 원장은 개인정보 유출을 막고자 내부 직원교육부터, 내부 시스템 개선까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조세심판에서도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AI로 작성한 심판청구서를 받게 된다면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한 이후, 앞으로는 AI가 인간이 하던 수많은 업무를 대신할 것이라는 예측이 널리 퍼졌다. 특히 법률서비스 분야의 경우 2023년 3월 챗GPT가 미국 로스쿨시험 합격점수를 받고, 올해 2월 우리나라에서 '코알라(KOALLA)'라는 판결문 분석 AI가 등장하는 등 그 활용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조세심판에서 AI가 활용될 경우 납세자 편의제고 및 심판업무 효율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민간에서 AI를 활용해 심판청구서나 항변서 등을 작성한다면 전문지식이 부족한 납세자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은 복잡·다기한 조세심판에 널리 적용하기에는 AI 기술 수준이 상당히 부족한 측면이 있다. 

사건을 조사하고 심리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고도의 법리적용이 필요한 심판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역량있는 공무원의 전문지식과 경력이 필요하며, 납세자가 AI를 활용한 심판결정에 대한 신뢰수준이 높지 않아 AI의 활용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심판담당자의 업무를 보조하는 것에 국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결정례나 판례 등 관련 자료의 수집‧정리, 단순 편집수준의 사건조사서 또는 결정문의 초안 작성, 단순한 오류검증 등의 기초적인 업무처리 수준에서 AI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대기업, 또는 유명인들도 청구인이 될 수 있다. 청구인 개인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각별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과세처분은 납세자의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심판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납세자의 중요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나 과세정보를 다루고 있어서 조세심판원은 업무상 비밀유지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청렴·보안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한 보안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보안점검을 통해 직원들의 보안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오후 전직원에게 청렴과 관련된 고전의 문구나 유명인사의 명언 등 '청렴문구'를 문자로 전송하는 한편, 지난해 12월에 이어 5월 10일에 개최한 '청렴워크샵'에서는 작년에 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청렴‧보안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보안시스템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다. 내부전산망에 로그인할 때 보안서약을 하도록 하고 있고, 내부전산망에서 개별사건을 조회·열람할 때 그 목적을 입력하도록 해 사건 조회·열람에 대한 사유를 소명하도록 하고 있으며, 내부전산망에서 출력한 자료에 출력한 직원의 이름과 출력일시를 병기해서 해당 자료의 유출 시 그 출처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사에 있어서도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사고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도록 하고 있다. 

- 심판원 안팎에서는 '조정제도'의 도입 여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 제도가 왜 필요하고,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조정제도는 영세납세자 등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필요한 제도다. 심판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양측의 입증부족으로 사실관계의 확정이 곤란하여 사건처리가 지연되거나 납세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립적 전문가가 마련한 조정안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조정제도가 실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종전에는 기각하게 되면 행정소송에 가더라도 법원의 조정 결정을 양측에서 수용할 수 밖에 없게 되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경제적으로 곤란한 영세납세자의 경우 조세심판단계에서 미리 소송과 동일한 결과인 조정과정을 거치는 것이 신속한 납세자 권리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심판원에서는 조정제도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감안해, 국세청과 세제실이 수용가능한 내용을 담아 2024년 세법개정건의안으로 제출했다. 지난 1월부터 세제실 주도 하에 국세청, 우리 원의 책임있는 실무과장이 참여하는 '조정제도 TF'를 신설해 지금까지 부처간 협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

- 조세심판 업무나 청구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꼭 필요한 세법 개정 요청사항이 있다면

지난 7년간 조세심판관과 조세심판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개선이 필요한 여러 가지 개정사항이 있었지만, 조정제도 이외에 추가적으로 덧붙이고자 하는 것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우선 '조세심판관회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다. 현재 조세심판관회의는 청구인과 처분청이 참여하여 심판관 앞에서 서로의 의견을 진술하여 공격과 방어를 하는 대심구조와 대면진술로 진행되고 있어서, 서면진술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시기에 만들어진 '회의'보다는 법원의 '재판'과 같이 '조세심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현재 자산의 시가를 평가할 때 증여일 등 평가기준일 전 6개월~2년 기간 내에 유사한 다른 자산의 매매사례가 있는 경우,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매매가액을 해당 자산의 시가로 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 시장의 시세변동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으로 볼 수 있는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변동해야 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최근 부동산 시세가 급변동한 상황과 맞물려 관련된 조세불복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기획재정부에 관련 기준에 대한 세법개정안을 건의한 상태다. 이 부분 역시 과세형평과 납세자 권리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세제 개선사항이라고 본다. 

- 내년에 심판원 개청 50주년을 맞는다. 그 의미와 과제가 있다면 

2023년에는 처리대상 사건수가 2만3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심판원 직원들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사건처리율 82.3%라는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2022년 기준으로 실제 처리한 사건수도 국세청이나 감사원의 심사청구 등을 포함한 행정기관에 청구된 조세불복 사건 중 90% 이상을 처리했다. 

지난 50년간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납세자 권리보호기관으로 자리매김을 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2017년 8300여건이던 처리대상사건수가 2023년에 2배 이상 급증했으며, 향상된 납세자의 권리의식과 함께 공정한 심판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에서와 같이 신속한 사건처리에 대한 요구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이는 장시간이 소요된 후 사건이 종결된다면 결과적으로 조세법률관계를 조속히 안정시키지 못하고 납세자와 과세관청 모두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결국 '심판불신(審判不信)'의 원인이 되어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속한 사건처리는 조세심판원이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조세심판원은 전문성을 토대로 신속과 공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더욱 신뢰받는 납세자 권리보호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황정훈 원장이 택스워치와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이대덕 사진기자]

☞황정훈 조세심판원장은?
황 원장은 행정고시 35회로 국세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으로 전입해 조세심판원의 전신인 국세심판소, 경제정책국, 대외경제국, 세제실 등을 거치며 조세·대내외 경제분야의 업무경력을 쌓았다. 세제실에서 근무할 당시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개발 세액공제 및 고용창출 세액공제 등 미래 먹거리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세제도 입안에 주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주개발은행(IDB)에서 2년 고용휴직을 했다가, 2017년 초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정·세제·심판 등 조세 전 분야의 경력을 바탕으로 2022년 7월 심판원장으로 임명됐고, 22개월째 심판원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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