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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가 "역시나"였던 2023 세법 개정 과정

  • 2023.01.04(수) 11:21

[프리미엄 택스리포트]이동건 한밭대 회계학과 교수

“오늘 상정된 법인세법 개정안, 언제 확인하셨습니까? 과표구간별로 세율을 1%씩 낮추는 이안을 국회는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습니다.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와 조세소위에서도, 심지어 각종 토론회에서도 이 안, 심지어 유사한 안조차 거론된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양당 합의문에서 튀어나온 한 문장으로 수십조 원의 향배가 결정되고 말았습니다.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건너뛰고, 세수가 줄어들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 반나절도 논의하지 않고 우리는 이 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헌법과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조세법률주의는 단지 의회에서 표결하라는 절차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조세에 대해 시민 대표들이 충분한 토론과 조정을 거쳐 공익적 대안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한 야당 의원이 2022년 12월 23일 밤 10시가 넘어 국회 본회의 표결 전에 토론 발언에서 한 말이다. 세법 개정 절차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으로는 백번 타당한 말이다. 대부분의 국회의원도 공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세법 개정 절차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고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세법개정에 논리적 타당성이나 장기적인 방향성이 무시되고 정부안이 아닌 여야 간 짬짜미의 산물로 누더기 세법이 되고 있다. 

옆 나라 일본의 세법 개정 절차를 보면 우리나라의 행태는 더욱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일본에는 행정부 소속으로 세제조사회가 있으며 장기적인 세제의 개정 방향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다. 세제조사회는 임기 3년으로 주로 학계, 산업계 등 세제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 년에 약 20번 이상의 회의가 있을 만큼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세제조사회에서 발간하는 세제 조사보고서는 장기적인 세제의 방향을 제안하는 것으로 여당의 세제개편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만큼 일본의 세법 개정은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체계적인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내각책임제라서 정부 여당의 세법개정안이 대부분 반영되는 구조라서 우리랑 사정이 다르다고 핑계되기에는 우리나라의 세법 개정은 결과적으로 너무 근시안적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조세재정연구원이라는 별도의 세제연구기관이 있고,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및 산하 전문위원회가 있지만 과연 얼마나 독립적·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그 구조나 논리의 타당성이 의원입법보다는 월등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과연 세법 전문가가 아닌 국회의원이 세제개편에 대해 얼마나 잘 알 것이며 얼마나 논리적일 것인가? 국회의 기획재정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전체적인 세법 개정의 그림보다는 자기가 속한 당이나 국회의원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한마디씩 던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제대로 된 세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번 세법 개정에서 그나마 의미 있는 개정은 접대비의 명칭을 '기업업무추진비'로 변경한 것이다. 접대비의 사용목적이 기업의 통상적 업무활동인 점을 감안하여 접대비의 명칭을 정부안은 '업무추진비'로 올라갔으나 여야 논의 과정에서 2022년 12월 23일 수정안을 제출하여 '기업업무추진비'로 최종 확정되었다. 그러나 용어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하였다. 

출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접대비'라는 용어는 1950년 12월 1일 개정된 법인세법(법률 제161호) 제4조 제3항에 처음 사용되었다. 1949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법인세법이 제정된 후 1년 만에 접대비에 대한 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 당시 접대비 규제의 입법 취지는 접대비의 과다한 지출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고 기업의 재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일정한도 이상의 접대비를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접대비는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불가피하게 지출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접대비'라는 용어가 비수평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유흥, 퇴폐 등 불건전한 활동에 지불하는 부정적인 비용을 연상시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약 70여년 만에 용어를 변경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접대비 규제에 있어 용어의 변경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접대비 한도금액을 계산하는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접대비 한도는 기본한도금액(중소기업 3600만원, 일반법인 1200만원)에 매출액에 일정 %를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합친 금액이다. 도입 초기에는 기업의 소득금액이나 자본금 금액을 기준으로 접대비 한도를 계산해 왔지만, 1998년부터 현행과 유사한 한도금액 구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러한 계산방식은 기업의 접대비 실제 지출액의 규모에 상관없이 매출액이 유사하면 접대비 한도가 큰 차이가 없어 실질과세의 원칙에 위배된다.

접대비는 업종별로 지출의 필요성이 다르고,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매출증대에 필요한 경우 지출하여야 하는 불가피한 비용이다. 국세청 통계연감을 보면 과거 제조업, 보건업, 금융·보험업 등의 법인당 접대비 지출액은 부동산업, 전기·가스·수도업, 음식숙박업 등의 지출액보다 월등하게 크다.

부동산업을 제외하고는 업종별 특징을 고려하지 않는 현행 접대비 한도 규제는 불합리하다. 같은 업종이라도 신규 법인의 경우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접대비 금액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 

현행 제도처럼 절대금액으로 접대비 한도액을 묶어 놓을 이유가 있는가? 현재 기업의 상황은 과거 70년 전에 기업의 소유주가 마음대로 하던 때와는 많은 것이 달려졌다. 기업의 사외이사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부정청탁방지법 등이 작동하여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지출은 상당부분 걸러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식사대는 전액 손금으로 인정해주고 일부 고액 접대비는 실제로 지출한 금액의 50~80%를 손금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접대비 한도 계산과 같이 불합리한 세법 규정을 국회에서 논의하고 개정하는 날이 올지 기대해도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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