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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동료가 준 20억원, 써도 되나요?

  • 2022.09.22(목) 06:00

드라마 <작은 아씨들>속 세금
③출처 불분명한 돈에는 '증여세 과세' 모호

tvN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서는 '돈'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돈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항상 따라다니는데요. 드라마 속의 세금 이슈를 실제 상황에 대입해 풀어보았습니다. 

일명 '흙수저'인 오인주(김고은)는 가난한 집안의 첫째 딸로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한 건설 회사의 경리로 일합니다. 회사에서는 왕따인데다 이혼 경력이 있죠. 가족이든 친구든 어디에서도 큰 돈이 나올 구석이라고는 없는 평범한 회사원인데요. 

출처: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 홈페이지

이런 인주에게 어느 날 기적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회사 동료인 진화영(추자현)이 친하게 지낸 데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며 무려 '20억원'을 현금으로 주고 종적을 감춰버린 사건인데요. 화영은 샤시가 있는 따뜻한 아파트에서 동생들과 살고 싶다던 인주에게 그 꿈을 이루라며 20억원을 주고 자살이 의심된 채로 발견됩니다. 

만약 인주가 이렇게 친한 회사 동료로부터 받은 20억원을 가지고 실제로 아파트를 구매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돈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문제는 없는 걸까요.

일단 20억원이라는 돈의 출처는 화영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과세당국에서는 알 도리가 없습니다. 길에서 주운 돈이나 다름이 없는 것인데요.

나이스세무법인의 손서희 세무사는 "6개월간 돈의 소유권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습득자(오인주)가 신고 후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으므로 기타소득 종합합산과세를 통해 신고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손 세무사는 "20억원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하게 되면 45%의 한계세율을 적용받고 여기에 누진공제액을 제외하면 지방세를 포함해 결정세액은 9억1806만원(원천징수세액 4억4000만원+소득세 4억7806만원) 정도가 나온다"며 "이렇게 신고하고 아파트를 취득하게 되면 출처가 있는 합법 자금이 되기 때문에 향후 아파트 취득 건에 대한 자금출처조사가 나와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손 세무사는 "드라마 상에서 저축은행 횡령 사건에서 발생한 비자금의 일부라는 게 밝혀지면 법원이나 검찰을 통해 반환 내지는 회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비앤택스세무회계의 박정수 세무사는 대법원의 예규판례를 들어 설명했는데요. 박 세무사는 "국세청에서는 해당 금액에 대해 인주가 누군가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를 부과하려고 하겠지만 과세가 어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박 세무사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돈에 대해 그 증여자를 특정할 수 있어야 과세가 가능하다'고 해석한 부분이 있으므로 증여자 특정 없이 절대적으로 증여로 추정하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증여자를 특정하고 입증하는 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는데 현재 드라마 내용 상으로는 과세당국이 증여자를 특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두10732 판결 외)에 따르면 증여 추정에 대한 과세 요건으로 첫째로 수증자의 무자력과 둘째로 증여자 특정을 요구하는데요. 증여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수증자에게 일정한 직업이나 소득이 없다는 점 외에도 증여자에게 재산을 증여할 만한 재력이 있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는 거죠. 

이렇게 평소 경제적 능력이 충분치 않은 사람이 고가의 아파트나 차 같은 등기 자산을 구입하게 되면 그 자금의 출처를 묻는 '자금출처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인주도 따로 신고 없이 20억원을 가지고 고급 아파트를 구매하게 되면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걸릴 가능성이 높죠. 

특히 서울 강남 같은 주요 지역에 20대 혹은 30대 청년층이 고가주택을 구입한 경우 그 자금 출처가 명확지 않거나 편법 증여 등이 의심되면 즉각 매수자의 소명을 요구하게 되는데요. 인주의 경우 부모가 가진 재산이 넉넉하지 않고 본인도 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충분치 않으므로 국세청의 조사 대상이 될 확률이 농후합니다. 

물론 앞선 해석처럼 증여자를 특정할 수 없어 과세가 불가능할 수 있지만 국세청의 조사 대상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매우 피곤하고 괴로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20억원의 자금을 아예 주택 취득을 하는 데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기타소득으로 신고 후 세금을 내고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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