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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아파트 증여세 냈는데 더 내라니?

  • 2022.08.03(수) 08: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박지연 세무사

60대인 A씨는 하나뿐인 아들이 결혼하면 살 집을 마련해 주고 싶어 자가 한 채와 본인의 집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하나 더 보유하고 있었다.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자 A씨는 아들에게 아파트 명의를 넘겨주었다. 증여 등기 후 증여세 신고를 하기 위해 세무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세무사는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세 신고일까지의 기간 내 증여받은 아파트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없기 때문에 주택 공시가격인 8억2500만원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해 증여세 신고를 했고 A씨의 아들은 1억6732만5000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후 A씨는 국세청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증여일 1년 5개월 전에 증여받은 아파트와 같은 단지 내 12억25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비교대상아파트)가 있기 때문에 그 거래가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기 위한 평가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평가심의위원회는 비교대상아파트의 매매계약일로부터 증여일까지의 기간 중에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되므로 증여일 현재 시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A씨의 아들은 증여세를 수정신고한 뒤 추가로 세금을 납부하라는 안내문을 받고 국세청을 찾아갔고 추가로 1억3232만5000원의 증여세를 더 내야한다고 통보받았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시가'를 판단하는 기준에 있다. 아파트를 증여받아 증여세를 신고하려면 증여받은 재산이 얼마인지 평가해야 하고 그 원칙이 되는 기준은 시가다. 시가란 상호 간의 거래에서 통상적으로 성립되는 금액을 말하는데 증여일 전으로 6개월, 증여일 후로 3개월(평가기간) 동안의 매매, 감정평가, 수용, 경매 또는 공매된 가격이 시가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매매등의 가액이 없는 경우에는 '유사매매사례가액'이라는 기준을 적용한다.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세 신고일까지의 기간 중 증여재산과 면적, 위치, 용도, 종목 및 공시가격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에 대한 매매가액이 있는 경우 이를 시가로 보는 기준으로 하는데 이를 유사매매사례가액이라고 하는 것이다.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없다면 주택 공시가격을 증여재산가격으로 평가하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 A씨의 경우 증여재산 평가기간 내에 매매 등의 가액도 없고, 유사매매사례가액도 없었으므로 증여세를 신고를 담당한 세무사는 이런 순서에 따라 '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을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세법에는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않는 기간에 발생한 매매등의 거래가액도 재산평가액으로 포함 시킬 수 있는 규정이 있다.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기간 중에 매매 등이 있거나 증여세 신고기한부터 6개월 이내의 기간 중에 매매 등이 있는 경우에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매매 등의 가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규정에 의해 국세청은 증여일로부터 1년 5개월 전에 거래된 유사한 아파트의 거래가액도 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매매계약일부터 증여일까지의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보아 12억2500만원에 거래된 가액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A씨의 아들은 이에 불복해 증여일로부터 약 1년 5개월 이전에 거래된 비교대상아파트의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적용한 처분은 위법 부당하다고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하지만 A씨의 아파트의 평가 기간 내 유사재산의 매매사례가액이 없긴 하지만 재산평가심의위원회에서 비교대상 재산인 비교대상아파트와 A씨의 아파트는 같은 용도, 면적, 위치, 방향의 주택으로 공동주택가격의 차이가 5% 미만으로 나타나고 A씨의 아파트 증여일과 비교대상아파트 매매계약일 간 주변 환경 및 이용 상황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며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비교대상아파트 매매가액을 쟁점아파트 증여시의 시가로 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증여세 부과한 처분은 합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은 최근 조세심판에서 나온 사례이며 실제로 최근 1~2년 사이에 필자의 고객 중에서도 비슷하게 증여세를 추가 납부한 경우가 있었다. 증여일 전 2년 이내의 기간 중에 거래된 유사매매사례가액은 국토부 아파트 실거래가 조회를 통해 알 수는 있으나 통용되는 일은 아니다.

과거에는 평가기간 외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이 있다고 해서 평가심의위원회가 열리는 일은 거의 없었고 최근이 되어서야 평가기간 외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이나 감정평가를 통하여 평가심의원회가 상당히 많이 열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의 경우 증여세 신고 전 납세자에게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납세자의 입장에서 과세관청 공무원의 재량에 따라 평가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 여부에 따라 재산평가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공평과세를 훼손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욱이 증여세 신고일 이후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은 납세자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증여재산 평가기간이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일 후 3개월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증여세 신고일 이후의 매매사례가액은 납세자가 알 수가 없으므로 유사매매사례가액에 대한 평가기간은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세 “신고일” 까지로 개정한 것이다. 이는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인데 신고일 이후인 평가기간 밖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재산 평가액으로 하여 과세하는 것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을 심각히 침해하게 된다. 

증여재산의 평가액을 잘못 평가해 신고한 경우에 과소신고가산세는 면제되나 2020년도까지 납부지연가산세는 부과되어 왔었다. 평가심의위원회가 여는 심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납세자의 불만을 의식한 탓인지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증여세가 추징되는 경우 납부지연가산세도 면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2021.2.17). 과세당국은 납세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함을 개정 이유로 내세웠는데 이는 가산세 감면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위해 평가기간 외의 유사매매사례가액을 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재산평가액으로 반영하는 것은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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