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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석권 원장 "ESG 기반 새 비즈모델 만들어야"

  • 2021.10.08(금) 10:48

(ESG워치)사회적 가치를 '눈으로 보이게' 수치화..선순환 생태계 조성
288개 사회적 기업에 456억 지급..올해 40개 졸업기업 첫 배출
하버드 MBA 등 국내외 학계 주목..중국과 협업 등 호응 높아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진화 과정..ESG 내재화해야 지속가능

ESG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한다는 인류의 움직임에 부합하는 조류이자, 당분간 변화하지 않을 큰 가치체계로 봐야 합니다. 단순히 평가 한번 잘 받아보겠다는 단견으로 ESG를 대해서는 안됩니다. 생산과 서비스 단계별로 내재화해서 체질 자체를 ESG로 바꾸는 노력이 수반돼야 합니다. ESG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을 ESG경영의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나석권 원장(사진)은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연구영역이 기존 SV(사회적 가치)에서 ESG로 확장돼 가고 있다며 "SV가 경제 전반에 연관된 주제라면 ESG는 투자분야 내지 자본시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자본시장 중심에서 보는 SV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행정고시 35회로 기획재정부 국장, 뉴욕 재경관 등을 거친뒤 4년전 SK그룹으로 이동, 2019년부터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이끌어오고 있다. 사회적 가치의 확산과 혁신생태계 구축에 매진하고 있는 나 원장을 만나 SV와 ESG,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등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어떤 연구를 하는 기관인지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눈으로 보이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피터 드러커가 한 말이 있는데요. 보다 많은 사회적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이들의 성과를 측정하고 인센티브 지급을 통해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 실험을 통해 매년 30~50개 사회적 기업을 선발하고, 이들이 한해 동안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측정합니다. 그리고 이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하죠.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업의 행동변화 요인을 분석하고, 더 많은 기업과 경제주체가 사회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할수 있도록 행동변화 메카니즘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SPC 실험을 통해 어떤 성과가 도출됐는지요

▲ 올해 상반기까지 SPC 사업에 총 288개 사회적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지난 6년간 이들 기업의 총 사회성과는 2400억원에 이르고, 지급된 금전적 인센티브는 456억원에 달합니다(아래 'SPC의 사업성과' 그래픽 참고). 그동안 민간에서 진행된 지원제도중에 이 정도로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이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실험 사업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SPC 실험은 당초 기업당 3년간 인센티브를 주는 것으로 구상했는데, 중간에 3년이 추가돼 총 6년간을 지급합니다. SPC는 올해 40여개의 첫 졸업기업을 배출했는데, 이들의 성장 스토리를 공유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나선 기업들 역할을 기념하기 위해 SPC History Museum(http://spchm.socialvalue.re.kr)이라는 명예의 전당도 만들었습니다. 직접 보시면 SPC 실험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SPC에 대해 해외쪽 관심도 높다고 들었습니다. 향후 진화·발전에 대한 그림은 어떻게 그려가고 있는지요

▲ 기업이 만들어 내는 사회적 성과를 수치로 측정하고 더욱 발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자는 논의는 국제적으로도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SPC 프로젝트는 지난해 1월부터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Harvard MBA)내 비즈니스 케이스 사례로 선정됐고, ESG 투자 분야의 권위자인 조지 세라페임 등 유명 교수들의 수업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서울대 경영대학의 신재용 교수 등이 SPC 데이터를 활용해 쓴 논문(Social Performance Incentives in Mission-Driven Firms)이 경영학계 최고 저널인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 2022)에 실리게 됐다고 합니다. 논문은 내년 초에 정식 저널로 볼 수 있는데, 7년간 해왔던 SPC 실험이 학문적으로도 효용과 유용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SPC 발전 방향과 관련해서는 더 많은 경제주체들이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데 나설 수 있도록 SPC 프레임워크를 제도화하고 거래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영국과 캐나다, 싱가포르 등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사회적증권거래소(Social Stock Exchange, SSE)를 실험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벤치마킹 모델로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협력도 활발하게 진행중입니다. SK의 사회적가치 측정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중국 국유기업의 사회적가치 측정 체계를 만드는 공동연구를 중국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국자위)와 수행했고, 지난 연말에는 국자위와 SK그룹이 공동으로 중국에 'SV랩'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 ESG경영은 SV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요. ESG경영을 고민중인 기업 CEO들에 대한 조언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 ESG 경영이 기업계의 큰 화두가 되면서, 저희도 기존의 SV 경영에서 ESG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연구범위를 넓혀가는 중입니다. ESG는 비재무적 경영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들의 총합인데, 자본주의 체제가 성숙기를 거치면서 그간 관심을 받지못하던 비재무적인 성과까지 꼼꼼이 살펴보고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주주라고 하는 단일 주체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구성원과 외부의 커뮤니티, 협력사와 소비자까지를 망라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평가가 포함되는데, 그 부분이 바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진화·발전해 가는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평가가 대내외적으로 공식화 되다보면 결국에는 기업가치(Total Value)도 예상치못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업가치는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직결되는 만큼 기업 CEO들은 이해관계자들이 바라는 것과 바라지 않는 것들을 의사결정의 매 순간마다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SG가 체질화 내지 내재화되어 있는 기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좋은 기업을 넘어서 위대한 기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겠지요. ESG를 기업의 생산·서비스 라인에 내재화 시켜가는 것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세상에 없던 연구원을 만들자'는 모토가 있던데요. 연구원을 이끌어가는 운영철학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요. 

▲ 저희가 연구하는 비재무적 성과지표는 측정이나 화폐화가 어려울수 밖에 없는데, 이를 측정하고 재무적 성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보다 창조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기존에 생각해 오지 않았던 방식까지 고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거죠. 그런 노력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다 보니, '세상에 없던 연구원'이라는 슬로건까지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사무실 벽에 'Where history is made' 라는 표현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혼란스럽고 어려워보여도 우리의 하루하루가 미래에는 하나의 스탠더드가 되는 그런 역사가 만들어지는 곳이란 의미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또 다른 슬로건이 바로 'Win or Learn, Never Lose'라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가 좋은 성과로 당장 평가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영원한 실패가 아닌 더 나은 발전을 위한 배움의 과정이라는 것이지요. 연구원 모든 구성원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가보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대담 = 조용만 좋은기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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