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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으로도 적법한 과세가 필요하다

  • 2021.02.16(화) 15:27

[조무연 변호사의 세금보는 法]
법무법인 태평양 조세팀

행정절차법은 행정청이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미리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법적 근거,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을 통지해야 한다.

과세관청의 과세처분 역시 납세자에게 금전채무의 이행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전통지가 필요하며, 그 내용을 국세기본법으로 정하고 있다.

세무조사를 마친 뒤에는 세무조사 내용과 과세할 세액, 산출근거 등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세무조사가 아닌 업무감사나 그 밖의 과세자료 등에 근거해 과세하려는 경우에도 처분하기 전에 미리 납세자에게 그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전자를 '세무조사 결과통지'라고 하고, 후자를 '과세예고통지'라고 하는데, 이러한 통지는 아직 '처분'이 아니라서 납부기한이 명시된 납세고지서의 형식을 갖추지 않는다. 

이 단계에서는 납세자가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지를 한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에게 통지 내용의 적법성에 관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다소 생경한 용어이지만 과세전적부심사(課稅前適否審査)라고 불리는 이 절차는 과세처분 이후의 사후적 구제제도와는 별도로 과세처분 이전의 단계에서 납세자의 주장을 반영함으로써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사전적 구제제도다.

국세기본법은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를 받은 세무서장 등으로 하여금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납세자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가부간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납부기한 전 징수의 사유가 있거나 세법에서 규정하는 수시부과의 사유가 있는 경우, 조세범 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와 같이 일정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세무조사 결과통지 및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날부터 국세부과 제척기간의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를 허용해서는 실효적인 과세권 행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 청구 기회를 주지 못한 과세처분이 절차상으로는 위법하더라도 과세의 내용이 지극히 타당하다면 어떨까. 

대법원은 과세내용에 앞서 이러한 절차상 위법사유를 매우 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세예고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 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경우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라고 봤다. 

또 세무조사 결과통지 후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하면서 매출누락액의 귀속불분명을 원인으로 대표이사에게 인정상여처분을 하고 회사에게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한 경우 역시 그러한 과세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두51174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두57490 판결).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소송절차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세무공무원이 과세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준수해야 하는 점 등을 근거로 한 판단이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상 위법이 있는 경우 통상의 불복과정을 통해 위법사유로 주장할 수도 있고, 과세처분이 있고 나서 90일 이내에 불복을 진행하지 아니한 경우라도 그 과세처분이 당연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도 있다.

남는 과제는 과세관청이 그러한 절차적 위법을 시정해 재처분을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예를 들면, 과세예고통지를 하지 않아서 과세전적부심사 청구의 기회를 박탈한 채 이루어진 부과처분이 위법해 취소됐다고 할 때, 그 이후 다시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고 재차 부과처분을 하면 그 부과처분이 유효하다고 볼 것인지 등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납세고지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을 누락하는 것과 같은 취소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취소판결 확정 후 특례제척기간 내에 다시 납세고지서의 누락사항을 기재한 고지를 하는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있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7두16493 판결 등). 

그러나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부과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는 경우까지 다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납세자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다. 

과세관청이 일단 세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처분을 한 다음, 납세자의 소제기로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그제서야 다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세법이 보장한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처분이 취소된 경우에는 특례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없고, 따라서 새로운 처분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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