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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간 상속·증여에 세금 매겨야 하나

  • 2019.10.11(금) 08:28

[Tax&]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나는 평생 당신만을 바라보며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다." 

혼인 서약서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문구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 고대 인도 및 불교에서 우주의 시간을 재는 단위로서 일정한 숫자로 나타낼 수 없는 무한한 시간을 “겁(劫)”이라고 한다. 부부 인연은 수천 겁의 인연이라고 하니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야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부 사이에도 재산이 이전되면 반드시 세금 문제가 따른다. 생전에 부부 사이에 무상으로 재산을 증여하면 증여세가, 한 쪽이 사망함으로써 재산을 상속하면 상속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수천 겁의 인연을 가진 부부 사이에 재산이 이전됐다고해서 증여세나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서는 원칙적으로 배우자에 대한 증여나 상속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 다만, 부부 사이의 증여나 상속에 대해서는 공제를 더 많이 해주고 있을 뿐이다. 부부간 증여는 10년간 6억원 까지는 과세되지 않으며, 상속은 30억원까지 공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부부간 증여나 상속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혼인 생활 중 공동 노력으로 이룩한 재산에 대해 부부간 명의만 바뀌었다고 과세하는 것은 부부공동체를 무시하는 측면이 있다. 민법상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해서 상증세법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 외국에서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부부간 증여나 상속에 대해서는 거액의 공제금액을 인정해 과세하지 않거나 과세를 최소화 하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둘째, 부부간 증여나 상속에 대해 과세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다. 세법에 무지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부부 사이니까 무슨 일이 있을까 하고 별 생각 없이 배우자 명의로 재산을 등기했다가 증여세를 추징당하는 사례가 많다. 

#사례1
부부가 떡가게를 같이 운영하면서 평생 모은 돈으로 토지를 매수했는데, 남편 명의로 했다. 주변지역 개발로 토지가격이 급등하자 남편은 토지를 매각 후 아내의 고생에 보답하기 위해 강남에 아파트를 아내 명의로 구입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아내에게 거액의 증여세가 과세된다. 물론 공동으로 이룩한 재산이라는 것을 증명하면 과세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래 전에 발생한 일을 증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 서민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은 물론 심적 고통이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사례2 
유망한 투자펀드가 있다는 배우자 말을 듣고 아내 명의의 계좌에 거액의 돈을 입금했다. 예금자 보호한도 5000만원에 맞추기 위해 여러 개의 은행에 예금을 분산해 배우자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다. 모두 증여세를 추징당하는 경우다.

#사례3 
말기암에 걸린 남편이 아내 명의의 통장에 5억원을 넣고 암투병 1년 후 부동산 10억원을 남기고 사망했다. 아내에게 준 5억원은 사망 전 10년 이내 증여로 보아 상속재산에 합산된다. 문제는 미리 준 5억원은 배우자 상속공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배우자 상속공제는 상속받은 재산가액으로 하되 민법상 법정상속지분을 한도로 하기 때문이다. 세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은 죽기 전 아내를 위해 선의로 한 일이지만 결국에는 내지 않아도 될 상속세 부담을 지게 된다.  

셋째, 관련 세법이 복잡해지고 재산분할과의 과세형평성에도 문제가 많다. 일례로 상증세법에는 부부간 증여에 대해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규정을 두고 있다. 아래 사례를 비교해보자.

#사례A 
남편이 1억원에 취득한 주택의 현재 시가는 6억원이다. 바로 양도하는 경우 5억원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사례B 
남편이 똑같은 주택을 아내에게 6억원에 증여하면 6억원까지 비과세하므로 증여세는 없다. 아내가 이를 6억원에 바로 양도하면 아내의 취득가액은 증여받은 6억원이 되므로 양도소득세도 없다. 

이러한 편법을 막기 위해 상증세법에 양도소득세 이월과세 규정을 두고 있다. 즉, 부부간 증여 후 5년 이내에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 취득가액은 증여가액 6억원이 아닌 당초 남편의 취득가액인 1억원으로 보아 5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과세관청이 5년이 지난 후 양도했는지 여부를 일일이 체크하는데 드는 노력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사례C
이혼 시 재산분할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이와 경제적 효과가 동일한 부부간 증여는 과세대상이다. 경제적 효과는 같은데 이혼 여부에 따라 세법상 취급이 달라지는 불공평한 제도다.

증여나 상속은 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물론 자식들에게 무상으로 증여하거나 상속하는 것을 과세하는 것은 그 타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부부가 공동으로 증식한 재산을 명의가 다르다고 과세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아내가 가정주부라고 해서 소득이 없고 재산증식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가. 

오히려 남편의 월급을 적금으로 꾸준히 모은 아내가 부동산 투자를 잘해서 큰 돈을 일시에 번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증식된 재산을 누구 재산으로 봐야 하며, 과연 누가 누구에게 증여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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